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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돼지의 왕,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

by 윤디워 2023. 12. 5.

돼지의 왕

운영하던 사업체 부도 이후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경민은 아내를 살해하고 뜻밖에도 고향친구 종석에게 전화를 한다.

반갑게 안부를 주고 받던 두 사람은 바로 어제일처럼 생생했던 일을 떠올린다.

폭력으로 얼룩진 중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우등생 패거리가 지배하는 작은 사회였다.

그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선배눈에 거슬린 경민은 같은 반 1등에게 폭행을 당하게 되고 종석은 이를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마치 두려울 게 없는 것처럼 강민을 흠씬 두들겨 패는 철이의 모습은 두 사람을 충격에 빠뜨린다.

 

종석은 비록 단칸방에 사는 형편이지만 누나의 블랙진을 보고 있던 종석은 그들의 세계에 껴들고 싶었다.

그러나 자랑스럽게 보이고 싶었던 상표는 하루종일 가리기 급급했고 청바지는 상표가 찢긴 채 칠판에 전시되어 있었고 지난번 사건을 우연으로 믿고 있건 그에게 철이는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겨준다.

그때 한 마리의 포악한 짐승이 달려드는 것처럼 순식간의 그 모두를 제압해 버리고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철이는 2주 정학을 받게 된다.

철이는 늘 주눅이 들어있는 그들에게 힘을 길러 야하고 계속당하지 않으려면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공부도 잘하고 밝은 전학생 찬영이로 인해 두 사람 무언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되고 게다가 패거리에게 못된 행동에 당당히 맞서는 그가 멋져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당당했던 찬영을 무참히 짓밟고 그들만의 방식대로 그를 길들이는 모습을 보며 종석과 경민은 좌절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여전히 강민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고 그때 철이가 나타나 또한번 싸움을 한다.

정학이 풀린 첫날부터 또다시 문제가 생기지만 그들의 비열함을 참고 넘어갈 철이가 아니었다.

게다가 가장 힘이 세다는 옆반 손석응 조차 보기 좋게 두들겨 맞는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권력의 세계는 생각보다 굳건했고 선배들의 힘을 빌러 벼르고 벼르던 철이를 손봐주기 위해 교실로 향하는데 그 시각 뜻밖에도 경찰이 철이를 찾아온다.

철이와 엄마가 도착한 곳은 영안실이었고 어릴 적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해야 했던 철이는 무책임하게 죽은 아버지와 울부짖는 엄마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한편 철이가 없는 동안 패거리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던 경민이 겁에 질린 나머지 그의 행방을 알려주고 무력감에 빠진 종석은 눈물만 흘릴 뿐이다.

경민은 어쩔 수 없이 절망의 나락에 빠져있던 철이를 데려오고 하지만 처절한 분노에 차 있던 철이의 주먹은 쉽사리 꺽지 못하고 덩치 큰 선배들까지 달려들게 된다.

결국 지니고 있던 칼을 꺼내든 철이의 모습을 뒤늦게 옥상으로 올라온 선생님이 보게 된다.

결국 1학기도 채마 치지 못한 채 철이는 퇴학을 당하고 말고 억울하게 퇴학을 당하게 된 철이는 종석과 경민에게 무서운 맹세를 한다.

그들 앞에서 그들을 저주하면 죽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철이가 예고했던 그날이 다가오고 철이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뛰어내리게 된다.

 

오랜만에 찾아와 반갑지 않은 기억들을 늘어놓던 경민은 종석을 어딘가로 끌고 가고 철이가 뛰어내린 옥상으로 간다.

사실 그가 종석을 찾아온 건 단 한 가지 진실 때문이다.

모두의 추억을 악몽으로 만들고자 했던 철이가 일을 저지를지 초조하게 배회하던 그때 웬일인지 약한 모습을 보이던 철이는 계획을 수정하지만 철이가 그럼에도 뛰어내렸던 것은 놀랍게도 종석이 뒤에서 밀쳤던 것이다.

당시 둘의 대회를 듣고 있던 종석은 철이의 죽음이 그들을 향한 복수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종석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경민은 한탄한다.

여전히 무기력하게 돌아서는 종석을 바라보던 경민은 이윽고 철이가 서있던 난간 위에 올라서 뛰어내린다.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

 

영화 돼지의 왕은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에 초청이 될 정도로 한국애니메이션의 관심도가 높았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고 인정을 받는 일이었다.

돼지의 왕의 감독인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터였기 때문에 직접 제작할 수 있어서 제작 기간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영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이 돼지의 왕을 영화로 제작하려고 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인물이 어떠한 사건으로 겪는 감정들을 얼굴이 왜곡되는 장면으로 표현이 되고 인물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점과 연상호 감독이 그리는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실사영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약자들은 변하지 않는 세상을 기억하는 어둠의 근원

 

애니메이션에서 사람들을 개와 돼지로 표현한 것은 동물에게도 계급이 있는 거처럼 철저한 아이들의 계급사회를 표현하기 위해 사랑받는 개와 잡아먹히는 돼지로 담아냈다고 한다.

남자아이들은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돼지의 왕은 힘 있는 자와 없는 자와의 대립구도보다 하위계급의 처절한 약자들의 만의 대립구조를 그리고 있어 좀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선 중학교 아이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 사회에서 역시 다를 것이 없다.

착취당하고 있는 약자들 사이에서 좀 더 편안하게 살아보려 그들끼리 경쟁하게 되는 것처럼 철이가 옥상에 올랐을 때 약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이 약자들의 초라한 자기 위안이 아닐까 싶다.

영화 돼지왕은 단순하게 중학교 시설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넘어 현사회까지 확장되는 당대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