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세상의 끝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성공한 작가 루이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 두려움을 떨치고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돌아가는 고향길은 무척이나 낯설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 시각 루이를 맞이하기 위해 가족들은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급하게 바른 매니큐어를 말리느라 정신없던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잔소리를 해대는 동생 쉬잔 그리고 남편 앙투안의 동생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될 카트린이 기다리는 사이 루이가 집으로 들어선다.
작은오빠에 대한 기억은 아련하지만 그를 동경해왔던 여동생 쉬잔은 반가워 어쩔 줄 모르고 가족을 등기고 떠나버린 동생을 마냥 반길수 없던 첫째 앙투안도 마지못해 인사를 한다.
그렇게 12년만에 모인 가족의 어색함을 풀려고 노력하는 건 뜻밖에도 카트린이었다. 끊임없이 말하는 카트린을 향해 핀잔을 놓던 형 때문에 괜스레 미안해진 루이는 과연 이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릴 수 있을지 초조할 뿐이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루이를 바라보던 카트린이 그의 표정을 읽게된다.
집 나간 오빠를 원망했지만 동시에 그를 동경해 왔던 쉬잔은 갑자기 집으로 돌아온 이유를 물었고 루이는 옛집이 그리웠다는 말로 얼버무린다.
부엌에서는 아들이 돌아오자 몹시 들떠 보이는 엄마의 옛날이야기가 시작되고 소란스럽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듣던 루이는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런 가족들에게 말문이 열릴지 고민이 깊어지는 루이.
자신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카트린과 마주친 루이는 방금 전 의도치 않게 형과 다투게 된 형수에게 사과를 한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동생의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던 앙투안 , 카트린은 그럼에도 사과를 하려던 루이에게 형에게 직접 이야기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한편 이제야 겨우 루이와 마주한 엄마 역시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들을 루이에게 털어놓으며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해 주기를 부탁한다.
게다가 말 한번 꺼내기도 무섭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앙투안으로 인해 죽음에 대한 통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쉬잔은 모처럼 만나 루이를 불편하게 하는 앙투안에게 화를 내고 멈출 줄 모르고 빈정거리는 앙투안으로 인해 고백할 분위기는커녕 12년 만에 갖는 가족과의 자리도 엉망이 되고 만다.
결국 옛집 대신 창고에 들어간 루이는 오래전 자신의 물건들을 보며 잠시나마 추억에 잠겨본다.
그런데 그때 그가 찾아온 이유를 짐작한 카트린은 앙투안과 둘만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고 다행스럽게 형과 대화할 수 있는 잠깐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루이에게 급기야 앙투안은 화를 내게 된다.
루이에게 푸념하듯 원망하던 엄마와 쉬잔과는 반대로 앙투안은 그가 돌아온 것을 후회하게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처럼 흥분을 하며 어릴 적 같은 동네 소년의 죽음을 알린다.
루이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찾아온 건지 더한 고통을 겪으러 찾아온건지 한참이나 고민을 하게 되고 그런 루이를 보고 있는 앙투안과 쉬잔 그리고 카트린도 각자 불안하긴 마찬가지이다.
12년 만에 돌안온 집에서 결국 세 시간 동안 고민하고 있던 그가 드디어 말을 시작하지 만 만 결국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엄마의 부탁대로 다음을 기약하면서 말을 끝맺는다.
앙투안은 여전히 동생에게 투덜거리는데 그 순간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아내 카트린에게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갑자기 루이를 데려다주겠다며 강제로 끌어낸다.
그러자 루이를 막무가내로 보내려 드는 앙투안에게 화가 난 엄마와 쉬잔은 울면서 그를 막아서지만 앙투안은 뜻을 굽히지 않고 그런 가족에게 화를 낸다.
그동안 묵혀왔던 감정을 토해내듯 흥분하던 앙투안을 보자 엄마는 결국 돌아오지 못할 루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엄마와 앙투안은 상황을 정리하게 되고 오히려 처음 보는 카트린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결국 다시 혼자가 된 루이는 아무런 말고 하지 못하고 집을 떠나게 된다.
돌아오지 못한 12년보다 불편했던 3시간으로 모든 걸 체념한 루이.
가족이라는 세상의 시작과 끝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은 12년 만에 만난 가족이 3시간 동안 겪는 갈등의 상황을 그려내며 서로를 본능적으로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잔인한 관계의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이다.
가족은 루이의 부재로 각기 생겨난 분노, 원망들이 가족들과의 갈등을 만들어냈고 그러한 갈등을 감추기 위해 형은 오히려 루이의 이야기를 아내에게 조차 꺼내지 않고 꾹꾹 눌러왔던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나타난 루이에 대한 원망들이 각자 다르게 나타나고 앞으로 루이에게 바라는 점들 역시 다르지만 엄마가 루이에게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너를 사랑한단다. 이 말이 이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한단어이고 가족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랑해
영화 단지세상의 끝은 칸이 사랑한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의 작품이며 프랑스 영화를 미래를 책임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칸영화제에서 여러 번 수상했으며 최연소감독으로 수상한 이력까지 있다.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는 감독으로 단지세상의 끝이라는 영화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12년 만에 재회한 가족의 3시간 동안의 만남을 화려한 장면의 전환이나 특별한 장치 없이 가족들만의 갈등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것이 자비에 돌란 감독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