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
조촐한 세간을 싣고 어딘가로 떠나는 옥주네 가족은 철거직전의 동네를 마지못해 나오게 되고 옥주와 동주가 도착한 곳은 거의 왕래가 없던 할아버지의 집이었다.
아이들을 보고도 할아버지는 아무말도 없었고 아버지는 연신 불안한 듯 혼자 떠들어 대기 바빴다.
다음날 찾아온 고모덕에 적막한 집에 활력이 생기고 집을 나와 여기저기 전전하던 고모까지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길거리에서 짝퉁 운동화를 팔고 생계를 이어가는 아버지와 집을 나와 갈 곳 없던 고모까지 나이 든 할아버지 집에 신세를 지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 자식들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없고 그날밤 고모부가 찾아와 한바탕 소란을 피우자 옥주는 할아버지가 속상할까 오히려 의젓하게 할아버지를 챙기에 이른다.
옥주는 고모와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한참 외모에 관심이 많던 옥주는 아빠에게 쌍꺼풀 수술에 필요한 70만 원을 빌려달라 하지만 할아버지의 병원비로도 빠듯했던 아빠는 옥주의 말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런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주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 할아버지가 굉장히 기뻐하고 동주의 재롱에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듯한 시간이다.
그날 밤 큰 노랫소리에 잠이 깬 옥주는 할아버지가 혼자 앉아 쓸쓸한 모습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옥주도 그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옥주는 어린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일을 저지르는데 아버지의 운동화를 몰래 훔쳐 팔게 되고 그 운동화가 짝퉁인걸 알게 되어 경찰서까지 가게 된다.
평소 용돈도 넉넉히 주지 못했던 아빠는 괜스레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가 쇠약해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고모와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하고 할아버지가 떠나기도 전에 집을 정리하려 집부터 실내 놓은 아빠와 고모에게 화가 난 옥주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아빠와 다툰 옥주는 밤이 다돼서야 집으로 돌아오고 그사이 할아버지는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다.
처음으로 동생과 둘이 집을 지키는 옥주는 그동안 미안했던 일을 사과하게 되고 누나의 사과를 귀엽게 받아주는 동주덕에 그날밤은 별 탈 없이 보내게 되지만 이튿날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듣게 되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으로 가게 된다.
감정에 경계가 없는 장례식장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도 찾아온다.
하루종일 울다가도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동주의 재롱덕에 한 번 더 웃어보게 된다.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매는 할아버지 집에 선뜻 들어가지 못할 정도록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허무하게 느껴지고 옥주는 저녁을 먹다 문득 든 할아버지의 생각에 눈물을 터트리고 만다.
그 시절 남매의 따뜻한 기억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화제의 독립영화로 개봉부터 반응이 뜨거웠고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이 영화는 많은 관객들이 본인의 기억 그리고 추억들이 떠오른다는 평이 많았고 영화에서는 옥주 동주 두 남매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지만 아빠 그리고 고모의 이야기까지 확장되면서 그 모든 것들이 두 남매의 여름방학 이야기로 표현되었다.
또 어린 남매 옥주 동주와 어른이 된 아빠의 고모의 모습이 순환되면서 어린아이들이 컸을 때는 아빠와 고모의 모습으로 어른들이 어렸을 때는 옥주와 동주의 모습으로 비교되어 보이는 것이 영화를 보고 나서 굉장히 인상 깊게 자리 잡았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가족의 의미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어린 남매가 여름방학 동안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그리고 겪어봤을 이야기의 소재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지루하거나 좀 단조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고 영화로 어딘가 모를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어린 남매 옥주와 동주의 엄마의 부재로 고모와 할아버지와 유대관계를 맺는 모습과 또 어른남매가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거나 집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영화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좀 더 극적이고 대립관계로 그려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너무도 스무스하게 가족 안에서 녹아들며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치유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어릴 적 시간을 한 번 더 떠 올릴 수 있게 되는 영화 남매의 여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