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피난길에 오른 덕수의 여섯 식구가 서둘러 흥남부두로 향한다.
생사가 걸린 탓에 서로 치고 치이고 부두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가족 모두가 배 위에 올라탔지만 덕수의 등에 업혔던 막내 막순을 누군가 끌어당기고 막순 이를 찾기 위해 아버지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당부를 덕수에게 남기도 배에서 내린다.
하지만 그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던 메러디스호는 그렇게 남쪽을 향해 출발하고 어느덧 부산에 도착해 고모의 가게를 찾은 덕수는 가게 한 편의 작은 골방에서 이곳 생활을 시작하고 아버지의 당부를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 사이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놓은 것이 휴전상태를 하고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십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가난하게 살아가던 덕수는 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자 이제 진짜 가장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결국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광부에 지원하게 되고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한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고된일을 자처한 덕수와 많은 청년들은 머나먼 독일로 파견되고 사고가 끊이지 않는 위험천만한 일에 뛰어든 덕수와 많은 이들의 고단함은 그들의 새카매인 피부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고 또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날 덕수에게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오는데 먼 타국에서 서로의 심경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던 그들의 만남도 점차 늘어나고 아름답고 쾌활하기까지 한 영자에게 덕수는 점점 더 빠져버린다.
고된 일상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도 견뎌낼 만큼 달콤한 사랑을 키워가고 하지만 우려했던 사고가 발생하고 메탄가스가 꽉 찬 파이프가 터지자 탄광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갱도에서 작업 중이던 수많은 광부들이 매몰될 위기에 놓이고 그때 무너진 석탄 더미에 깔린 달구를 구하려던 덕수도 결국 파도처럼 밀려오는 석탄 속에 갇혀버리고 만다.
덕수가 갇혓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영자가 그들을 구해달라며 간청을 해보지만 이를 단호히 거절하는 관리자에게 결국 분노를 터트린다.
그런 영자의 모습에 위험을 무릅쓰고 덕수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동료들.
목숨을 건 광부들의도움으로 기적처럼 구출된 덕수의 손을 잡으며 영자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간호하지만 덕수는 비자가 만료됨을 알리고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애써 감추던 영자는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하고 나와 결국 눈물을 흘린다.
고된 광부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덕수는 자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새로이 장만한 큰집을 보며 느낀다.
이후 한동안 고모의 가게일을 돕던 덕수 앞에 영자가 찾아오고 임신을 했다 말하지만 덕수는 눈치채지 못하고 축하한다는 말뿐이다.
생각지도 못한 덕수의 반응에 화가 난 영자는 뺨을 떄리고 그제야 덕수는 알아챈다.
첫사랑과의 결혼에 성공에 이제 행복한 일상만 남은 것 같았던 덕수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기고 결혼자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생과 고모가 돌아가신 후 마음대로 가게를 처분한 고모부에게 가게를 사겠다고 말하고 목돈이 필요해 베트남에 가기로 결심한 덕수는 영자는 한사코 말린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큰 짐을 지고 산 그를 끝내 말리지 못한 영자는 불안을 안고 살고 베트남에서 덕수는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물품을 운반하던 덕수는 메러디스호에 올라탔던 옛 기억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일과 마주하게 되고 마치 운명같이 반복되는 상황에 그날이 선명했던 덕수가 결국 그들을 태워주려 하는 순간 매복을 하고 있던 베트콩의 총격에 다리 관통상을 입은 덕수가 물에 빠지고 가수남진이 덕수를 구해주게 된다.
한편 가게를 지키며 가장으로 살고 있던 영자도 어느덧 남편처럼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었고 베트남에서 막 돌아온 덕수를 보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부상을 입은 남편을 다리를 본영자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온갖 고생 끝에 부족할 것 없이 동생 끝순이를 시집보낸 덕수는 이제 남은 건 아버지와 막내 막순 이를 찾는 일뿐이었다.
이산가족 찾기에 나선 덕수에게 얼마 후 희소식이 들려오고 막순 이를 찾았고 놀랍게도 그녀의 기억까지 그토록 그리워했던 막순이와 동일했던 것이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재회한 가족은 기쁨과 동시에 세월의 야속함에 눈물을 흘리고 어느덧 손주의 재롱을 보며 한창 화목한 가족들 틈에서 덕수는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 갑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 화목한 순간에도 아버지라는 존재의 무게감만큼 밀려드는 그리움과 지난 통탄의 세월에 눈물을 흘린다.
천만 관객을 울린 가슴 아픈 한국사
영화 국제시장은 무려 1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이다.
왜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 공감했는지 살펴보면 영화 속 주인공이 어린 시절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피난 가던 모습 그리고 가난을 이겨내려 발버둥 치는 모습,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 타국으로 가 돈을 버는 모습 그리고 결혼해 손자 손녀까지 다 같이 모여 앉아 있는 마지막 모습까지 한 사람의 삶을 표현한 영화지만 그 부모님 세대가 겪었던 순간순간을 엿볼 수 있는 영화여서 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동받은 것 같다.
또 가족 안에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의 정서를 따스하게 풀어내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고 삶에 쫓겨 한 번도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 부모님 세대가 굴곡진 현대사를 억척스럽게 이겨낸 윗세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치라고 생각이 든다.
단 한 번도 부모님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영화를 통해 잠시나만 그들이 어떠한 배경에서 자라왔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영화 덕분에 뭔가 모를 부모님이 살아온 시간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때 그 시절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
이영화는 백발의 노인이 된 노부부처럼 우리의 모진 현대사를 억척스럽게 꾸려온 부모 세대를 위한 찬가가 아닐 수 없다.
분단의 아픔으로 가족을 잃고 가난을 업고 가족들을 위해 한 평 생살아가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혹은 나라를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일을 하거나 파병을 가서 생사를 넘나드는 일들을 겪어낸 세대가 지금 우리의 세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수 있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아닌 내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나를 바쳐서 일을 해왔던 우리 전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떠한 마음에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좀 더 깊게 알 수 있었고 그러한 이유에서 이영화는 세대 간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한 번 더 일깨워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고단했던 인생이 결코 어리석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세대들의 책임감과 열정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